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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로 빚어진 얼굴을 산산히 깨뜨려 봐도 내가 아니고

내가 썼다는 시를 펼쳐 글자들을 하나 하나 뜯어 봐도 내가 아니고

옷장 속에 걸린 옷 그 암홀에 팔다리를 집어넣어 봐도 내 허우대가 아니고

내 핏속에서 자란 아이들의 피는 유전자 변이돼 내 피가 아니고

내 입안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는 이생 너머 전생의 메아리이거나 내생의 넘실거림이고

사진 속에 사로잡혀 있는 건 나라는 착시 또는 가공

열 살 적 위인과 스무 살 적 여인과 서른 살 적 시인은 온데간데 없고

머리 위 하늘도 발치의 꽃도 그 사이 다리를 놓은 나무도

모두 다 근사한 화면인데 나만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이고

맘대로 살 수도 없지만 맘대로 죽을 수는 더 없고

살아도 치욕이지만 죽는 건 더욱 굴욕인,

다 내가 아니라지만 또한 그게 다 나라고도 하는

이 무서운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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