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서는 순간, 그러나
내가 너와 반대 방향으로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너의 등을 볼 수 없는 세계로 발을 떼는 순간, 눈앞에는 아직까지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던 것들로만 이루어진 세상,
네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 그러나 내가 죽은 사람과 거의 다르지 않다면 망자의 기억을 나누어 가진 사람이 모두 망자와 거의 다름없는 세상,
그러나 어렵지 않게 버스를 탔고, 어렵지 않게 식당과 화장실을 찾았고, 어렵지 않게 건널목을 건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혹처럼 태양을 등지고 네가 내 앞에서 걸어오고 있다, 내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바로 너라고 생각하며 나는 똑바로 걸어가고 있다
거대한 화농이 터진 듯이 이 세상은 무섭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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